사실,
무박산행이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는 일도, 해놓은 일도 없이 나이만 연세로 늙어간다.
그래도 마음만은 젊어 또다시 무박산행을 나섰다.
작년에 가려다 못간 설악산 서북능선을 갔다.
총길이로는 지리산 주능선 종주(성삼재-천왕봉)와 비슷하지만
힘들기는 갑절을 넘어 서너 갑절은 되는 것 같다.
지리산 주능선 종주에서 가장 힘든 구간인
벽소령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 구간보다 모든 구간이 다 힘들다.
여기에 더해서
지리산 주능선 종주는 중간 중간 대피소가 있고,
차고 맑은 물이 솟아나는 샘이 있지만
설악산 서북능선 구간에는 대피소도 샘도 없다.
아니 물자체가 십이선녀탕 계곡에 내려와서야 있다.
그것 또한 먹을 수 있는 물은 아니다.
지리산 서북능선도 거리상 설악의 서북능선에 뒤지지 않지만
그래도 산세가 부드럽고, 중간에 정령치 휴게소가 있고,
바래봉에는 차갑고 맛있는 샘물이 있다.
5월말에 어울리지 않는 더운 날씨
연두빛 잎들이 이제막 돋아나 아직 햇빛을 가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능선의 많은 나무들
대청봉에 귀싸대기를 맞아 돌이 흩어졌다는
전설을 간직한 귀때기청봉의 너들 길,
바위를 잡고 돌아야 하는 위험구간,
끝없이 이어지는 높은 계단들(아예 번호를 붙여 두었더군요.
23개인가-아마 관리를 위해서 그렇게 한 듯),
힘들고 험한 구간이었다.
대승령만 가면 다간 줄 알았는데
안산갈림길 오르는 부드럽지만 힘들었던 오름길(마음을 놓아서 그런가),
십이선녀탕 계곡 하산 길의 끝없는 너들 길
끝까지 버텨준 발과 다리에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시간이 넉넉했기에 가능했지
시간에 쫓겨 서둘렀으면 아마 중간에 포기하고
장수대로 하산 할 뻔한 산행이었습니다.
한계령에서 대승령, 장수대 산행은 두 세 번을 갔었고,
십이선녀탕 계곡 산행도 두어 번 했기 때문에
대승령과 안산, 십이선녀탕 산행로를 이어보기로 산행이
이렇게 힘든 산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물을 무려 2리터를 준비했으나 마지막에는 모자랐습니다.
설악 서북능선의 계절이 지리산 주능선의 계절과 같이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쯤 지리산 세석에 산철쭉이 한창일 시기인데
설악 서북능선에도 산철쭉이 한창이더군요.
세석처럼 군락을 이뤄 피지는 않았지만 군데 군데 피어
그나마 지나는 산객의 피로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안내산악에 편승해 혼자 간 산행이었기에
8시간 정도면 끝날 수 있는 산행길 이었는데
그들이 준 시간은 무려 14시간 이었습니다.
천천히 또 천천히 세상 구경하면서 걸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맑고 무더워 구름 한 점 없었던 점이 아쉬웠고,
강렬한 햇빛으로 인해 설악의 아름다움인 운무가 전혀 없었고,
나무의 수증기 증발로 인해 시야가 흐려진 점 또한 아쉬운 날이었습다.<군말>
한계령 출발(오전 3시)-한계령 산거리-귀때기청봉-1408봉-1289봉
대승령-안산갈림길-두문폭포-용탕폭포(복숭아탕)-응봉폭포-남교리(오후 4시 05분)
금요일 밤 서울을 출발, 토요일 신새벽 02시 50분에 한계령에 도착했습니다. 산행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
한계령삼거리 귀때기청봉 방향에 피어 있는 산철쭉. 지나가는 사람이 진달래가 아직 있다고 말하더군요.
동녁이 밝아 오길래 후레쉬를 끄고 담았습니다.
여기는 그래도 꽤 큰 군락이었습니다.
다시 후레쉬를 켜고
동녁의 역광이라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아직 미몽에서 깨지 못한 공룡능선과 대청, 중청, 소청. 동쪽이 불그스래 밝아 옵니다.
많이 밝아졌습니다. 랜턴을 끄고 귀때기청봉을 올려다 봤습니다.
너들길인데 그래도 한줌의 흙만 있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역시 지구의 주인은 식물입니다.
귀때기청봉 가는 길. 중간 중간 쇠로 된 막대를 세워 길을 안내해 줍니다.
귀때기청봉 바로 아래에서 맞은 설악의 일출. 바다위 짙은 운무로 인해 온전한 일출은 아니었지만 장관입니다.
너들 틈에 자라는 주목. 생명의 경외감
귀때기청봉에 거의 다왔습니다. 귀때기청봉의 동쪽 사면
한계령 방향. 점봉산이 보이고, 칠형제봉이 빼꼼히 보입니다.
귀때기청봉의 끝없는 너들 길
귀때기청봉의 남서쪽 사면
귀때기청봉에는 아직도 진달래가 피어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남서쪽 사면. 점점이 보이는 꽃은 전부 진달래 입니다. 멀리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이 보입니다.
귀때기청봉 정상. 해발 1577.6미터, 약 1578미터입니다.
흔적은 남겨야 겠기에 남의 손을 빌어
가야할 길. 맨뒤의 뾰족한 봉우리가 안산입니다.
하산하며 바라본 남서쪽 사면.바람이 많이 불어 그런지 진달래가 미쳐 피지 못하고 그냥 꽃망울이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귀때기청봉의 그림자가 삼각형을 이루며 마치 마스크 처리한 것처럼 한계령 계곡에 길게 누워있습니다.
하산해 안부에서 올려다 본 귀때기청봉
안부에는 이렇게 산철쭉이 꽃대궐을 이루고 있습니다.
피로를 잊게 해주는 꽃 길
아직도 망울이 맺혀있는 산철쭉
한계령 계곡 방향
고사목
아침 세수를 말끔히 하고 제모습을 드러낸 가리봉-주걱봉-삼형제봉
바위틈에 핀 산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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