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산행및여행

2017년 10월 28일(일요일) 치악산 산행(1)

제석봉 2017. 10. 30. 10:00

오늘 치악산을 가기위해 어제 향우회 행사 도중 일찍 나왔다.

나가고 싶지 않았다.

선배, 후배들과 좀 더 오랫동안 있고 싶었다.

하지만 기차표를 예매해 둔 나와의 약속이라 지키고 싶었다.

비록 약속이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가고 싶지 않았다.

 

이른 새벽

미역국에 밥을 한 술 말아먹고 청량리역으로 갔다.

아직 땅거미가 낮게 깔린 신 새벽 이었지만 공기는 상쾌했고,

집에서의 나오기 싫은 발걸음과는 달리 발도 가벼웠다.

물 한통만 가져 나왔기에

역앞에서 김밥도 한 줄 샀다.

 

7시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 열차가 삼등열차였다.

630분차는 원주까지 1시간 남짓인데

7시차는 1시간 30분 걸린다고 예매 시 나와 있던 것이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무궁화호였지만

앞의 열차는 직통이었고(양평만 정차고 바로 원주로)

7시차는 역이라고 생긴 곳은 다서는 옛날의 삼등열차였다.

630분발을 타면 원주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

7시차를, 그것도 없는 표를 겨우 예매해 탓는데 삼등열차였던 것이다.

동해에 고래 잡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늘 가고자 하는 치악산 상원사-남대봉-향로봉-행구탐방소 산행로의 시작점인

성남탐방소로 가는 버스가 원주역에서 하루에 다섯 번 밖에 없는 까닭이다.

첫차가 원주역에서 7시경이니

서울에서 당일로는 맞출 수가 없고,

다음 버스인 9시경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버스는 오후를 넘겨 다니니 산행버스로 타기에는 불가능이고.

나를 태운 삼등열차는 예정시간을 10여분 넘겨 837분에 원주역에 도착했다.

모든 것이 삼등이었다.

9시경 온다던 버스는 910분을 넘겨 왔다.

 

성남탐방소에 10시경에 도착했다.

거리에 관계없이 버스 요금은 단일요금이었다.

 

꿩의 보은 전설을 간직한 상원사에

1140여분 도착했다.

이미 치악산은 가을이 지쳐 겨울로 가고 있었다.

단풍은 말라버렸고, 부는 바람조차 이미 겨울바람이었다.

상원사에서 점심 공양을 하고 있었으나

차마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공양하는 곳 주변에 늘어선 지게를 보니 밥이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내 편안한 한 끼를 위해 저 많은 지게꾼이

힘들게 양식을 이 높은 곳까지 지게짐을 져 올렸을까를 생각해 보니

어찌 밥이 목으로 넘어가겠는가.

나는 가벼운 배낭하나 메고도 힘들게 올라온 곳인데.

 

상원사 구경을 마치고

남대봉으로 올랐다.

길이 매우 좋았다.

빠르게 남대봉으로 올랐다.

하늘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운무사이로 보이는 아래쪽은 맑은 것같은데

남대봉 마루금에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검은 구름이 몰려 다니다

마루금과 구름이 마주쳤다.

 

남대봉에서 향로봉가는 길은 비단길이었다.

서울까지 돌아가는 시간이 있으니 걸음을 빨리 했다.

이것이 문제였나 보다.

산을 다니면서 1년에 한 번쯤은 항상 이상한 것을 경험한다.

길을 잃거나, 버스를 잘못타거나, 산에서 구르거나.

하필이면 험한 치악산 산행하는 날이 그날이었나 보다.

분명 길이라고 발을 디뎠는데 아니었다.

썩은 나무덩치에 얼굴을 부딪치고 20여 미터를 굴렀다.

다행히 돌을 피해 낙엽 위를 굴렀다.

멈추고 일어났을 때는

온몸이 흙 투성이었다.

힘들게 낭떠러지를 기어올라 마루금으로 올랐다.

저 아래 모자와 카메라 아래 받침부분이 보였으나

주워올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마루금에 올라

남우일게 뻔하니 바위뒤에 숨어 흙을 털었다.

아픈 곳은 없었다.

30여 년 전에 배운 넘어지는 법이 나를 도왔나 보다.

아니, 하늘이 도왔겠지. 아직 하늘로 갈때가 아니라고.

어쩌면 하늘에도 필요없는 존재이니 지상에 두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물휴지로 얼굴을 닦는데 피가 묻어 나왔다.

손과 머리가 흙투성이라 얼굴을 볼 형편이 못되었다.

배낭 속에 있는 물휴지를 전부 다 소비하고,

먹으려고 가져간 물을 손수건에 적셔 대충이나마

닦고 난 후에야 정신이 돌아왔다.

휴대전화를 꺼내 셀카 사진 기능으로 내 얼굴을 보았다.

떨어지며 처음 부딪친 오른쪽 얼굴이 부어 있었다.

부어도 그냥 부운 것이 아니라 주먹보다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상처에서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어 올라 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시커먼 구름이 마루금에 닿아 컴컴한 마루금에서 한참을 쉬었다.

 

20여분을 웅크리고 있자 부운 부위가 많이 줄었다.

피도 그만 흘렀다.

남 우이는 것이 부끄러워 방한대를 했다.

비록 부운 부위가 다 가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볼만했다.

향로봉을 지났지만 그 얼굴로 흔적을 남길 수는 없었다.

하늘의 도움인지 다행히 오른쪽 얼굴 이외는 아픈 곳이 없었다.

빠르게 행구동탐방소로 하산했다.

행구동탐방소 못미쳐 절이 두 개나 있었지만

멀리서 사진만 찍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운이 없는 하루인지, 운이 억세게 좋은 하루인지 알 수는 없지만

천우신조의 하루였다.

 

산행로 : 성남탐방소-상원사-남대봉-종주능선전망대-영원산성삼거리

                 -향로봉-향로봉삼거리-보문사-행구탐방지원센타

10시 성남탐방안내소 출발 산행 시작-1420분 행구탐방안내소 도착 산행 종료

신새벽의 청량리역

8시 37분에 원주역에 도착했습니다.

원주역에 있는 원주 관광안내지도

상원사 가는 길입구

성남탐방소 입구에 있는 치악산 탐방안내도

상원사 가는 길

이렇게 상원사계곡에는 가을이 지쳐 겨울로 가고 있습니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계곡

그래도 가끔은 곳곳에 가을이 머물러 있습니다.




나무도 느긋한 마무가 있겠죠. 이나무는 만추의 햇볕아래 가을이 한창입니다. 이런놈도 있어야 산객의 마음이 가볍죠.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지만 연두빛으로 잎이 말라가더군요. 예쁘게


상원사 거의 다다른 지점인데 말라버린 단풍도 아름답습니다.


상원사에 왔습니다. 상원사 아래부분에 야생화가 아주 많이 있다고 하더군요.

홀로피어 더 예쁘더군요

계절을 잊은 민들레

상원사 옆

상원사 대웅전

범종각



상원사 전경

대웅전도 석가여래인데 옆에 다시 석가여래를 다시 모셨더군요.

상원사에서 내려다 본 마루금. 이미 겨울이 을씨년 스럽습니다.


대웅전 내부.



성원사에서 내려다 본 상원사 계곡. 시야가 흐릿합니다.

상원사 일주문

남대봉가며 다시 상원사 계곡을 내려다 봤습니다.

남대봉 가는 길

금대탐방소와 남대봉 가는 길의 이정표

이름이 있는지 모릅니다. 홀로 외로워 보여서

남대봉에서 남의 손을 빌어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런 계단이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평탄한 길입니다.

운무가 남대봉 마루금을 몰려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