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산행및여행

2017년 6월 30-7월 1일 내설악 삼사 산행(1)

제석봉 2017. 7. 3. 11:17

1. 봉정암 가는 길

미시령을 넘어온 을씨년스런 바람이 유령처럼 지나가는

인제의 용대리 정류소에 혼자 내렸다.

서울을 출발할 때는 용대리에 나를 포함 두 명이 내린다고 했는데,

혼자 내렸다.

 

20여분을 걸어 백담탐방소에 도착했다.

탐방소 건물의 시계는 새벽 231분이라고 붉게 빛나고 있었다.

탐방소내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담사 차량이 왔다가 산문이 막혀있자 다시 돌아갔다.

3시 산문이 열리는 시간을 기다릴려다 그냥 들어갔다.

혼자 걷는 백담사 가는 길은 묘한 기분이었다.

 

밤의 백담사 길은 흑백의 세계였다.

초록의 나뭇잎도 불빛을 비추면 진회색의 검은 빛으로 보이고

불빛을 거두면 어둠으로 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앞서 가는 사람도 없고

뒤따라오는 사람 역시 없었다.

오직 나 혼자,

둥근 렌턴의 불빛 뿐이었다.

일부러 렌턴을 머리에 두르지 않고 손에 들었다.

이곳 저곳 비추어 보아도 산은, 나무는, 풀은 그저 진회색이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검은 하늘에 별이 총총히 빛났다.

가끔, 너무 맑아 별이 부끄러워 할까봐

흰 구름이 지나가며 가려주고 있었다.

 

너무 조용했다.

옆으로 백담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오랜 가뭄으로 인해 물이 많지 않은 탓인지

물소리조차 조용히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첫 번째 다리인 수교를 지나며 오른쪽 수풀속에서는

반딧불이의 군무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어릴 적 시골의 한적한 공동묘지에서 본

한 많은 혼령들이 펼치는 혼불과도 닮았다.

마치 사람이 숲속에 형형색색의 등을 설치해 켰다 껐다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고 싶어 불빛을 비추면 반딧불이의 빛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가끔은 무서웠다.

지나가는 바람에 나무가 울면

불빛조차 같이 우는 기분이었다.

빛이라고는 내손에 든 만든 불빛과 반딧불이의 군무뿐이었다.

하늘의 별빛은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앞에도 아무도 없었다.

 

강교를 지나고,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이름마저 지워져 버린 마지막 다리를 지나자

희미한 새벽안개 속에 백담사의 불빛이 보였다.

새벽예불을 마친 백담사의 조용함이 하얀 안개와 더불어

가슴이 저미도록 아름다웠다.

설악산백담사가 아니라 내설악백담사라고 간판이 걸린

백담사 일주문을 통과하고

봉정암 가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새벽 352분이었다.

 

머리는 느리게 걷고 싶은데

발은 빨리 걸었다.

아직 새벽의 빛이 오지 않은 탓인지

마음은 느긋한데 발은 초조해 했다.

그래도 옆의 백담계곡의 돌들이 하얀 덕분에, 산이 조금은 멀리 있어

시야가 트이는 바람에 처음처럼 그렇게 칠흑의 어둠은 가셨다.

빠르게 걸었다.

역시 아무도 없는 길을,

만해 선사가 걸었을 길을 두리번거리며 걸어 영시암으로 갔다.

가는 길 중간 중간에 거미줄이 많아 얼굴을 많이 훔쳤다.

영시암에도 사람이 없었다.

영시암에서 잠시 쉬어갈려 했는데 혼자 앉아 있기 외로워

그냥 통과했다.

오세암-봉정암으로 가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는데

오세암으로 먼저가면 아침 식사가 문제였다.

7시 전 후 오세암에 도착할 시간인데, 오세암의 아침공양이 끝날 시간이었고

가져간 아침은 끓여 먹어야 하는데,

절간에서 라면을 그것도 신새벽에 끓이는 것도 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그냥 직진했다.

새벽 542분에 수렴동대피소에 도착했다.

이른 새벽이라 아침을 준비하는 산객이 있을 줄 알았는데

수렴대피소에도 사람이 없었다.

한 가족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제 수렴동대피소에서 잔 유일한 산객이었다.

수렴동계곡을 많이 다녔지만 이처럼 사람이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었다.

시간이 넉넉하고 사람도 없으니 산에서 잘하지 않는 세수도 했다.

얼굴에 분도 바르고........

 

용아능쪽으로 밝아오는 아침을 반기며 수렴동계곡을 올랐다.

여전히 사람은 없었다. 마치 혼자서 수렴동 계곡을 전세 낸 기분이었다.

많은 계단과 폭포를 지났다.

쌍폭이 멀지 않은 곳에서 비로소 사람을 만났다.

봉정암에서 자고 내려오는 사람이었다.

어제 저녁 봉정암에도 사람이 많이 없었다고 한다.

삶은 감자 하나를 주면서 먹어보라고 했다.

따뜻했다.

봉정암에 직접 삶아 온 줄 알았다.

봉정암에서 삶은 것은 맞는데, 직접 삶은 것은 아니고

봉정암에서 주었다고 한다.

짭짜름한 것이 맛있었다.

쌍폭에 이르렀다.

봉정암에서 내려온 몇 몇 사람이 쌍폭 전망대에 퍼질러 앉아

감자를 먹고 있었다.

물도 없는 폭포에 머물 이유가 없어 그냥 지났다.

 

길은 점점 가팔라졌다.

사자바위 안부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사자바위에 가보았다.

엷은 운무가 쌓여 시야가 좋지 못했다.

봉정암으로 갔다.

적멸보궁 불사를 해놓았다.

봉정암에 올때마다 이상하게 느꼈던 적멸보궁과 사리탑의 부조화를

새로운 불사로 해결해 놓았다.

너무 많은 감자와 쌀푸대가 그늘에 널려 있었다.

속세의 속물적 관심. ‘저 많은 것을 이 높은 곳에 어떻게 가져왔을까

찐 감자가 커다란 소쿠리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오르며 먹은 감자로 배가 고프지 않았고,

힘들게 가져온 감자를 필요 이상으로 가져가고 싶지도 않아

한 알만 배낭옆에 넣었다.

보살 한 분이 몇 개를 더 집어주며 가져가라고 했지만

배낭이 무겁다며 마다했다.

아래쪽에서 맑던 날씨가 봉정암에서는 금방 비라도 쏟아질 듯 흐렸다.

사리탑에 올라 본 시야는 어두웠다.


신새벽 영시암을 지나며

오세암 갈림길


수렴동 대피소

밤새 먼길 바위에 부디치며 내려 오느라 시퍼렇게 멍이든 수렴동 계곡의 담





뭘 달라고 발끝에 까지 왔는데 줄것이 있어야지. 빵 몇 조각을 주니 가지고 어딘가로 잽싸게 사라지더군요.




말라버린 폭포






쌍폭의 왼쪽 폭포

오른쪽 폭포


그래도 선비가 고개를 숙일 수 있나. 다리를 낮추어 통과했습니다.






바위에 걸린매

사자바위

사자바위에서 본 봉정암. 저 뒤의 바위들도 이름이 다 있더군요. 그래서 봉정암이라구......

사자바위에서 내려다 본 구담계곡




아래에서 본 사자바위

누군가 이야기 했죠. 기도보다는 행동하라고........






적멸보궁에서 본 사리탑

종무실 양옆의 글귀가 맘에 들어서.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