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산행은 가끔 외롭기도 하지만,
자유로움이 주는 여유에 비할 바는 아니다.
29일 늦은 저녁 지리산으로 출발해야 했지만
딸의 요청으로 30일 신새벽에야 그리던 지리산으로 출발 할 수 있었다.
모든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산행이었지만
그래도 혼자하는 산행이었기에 부담도 없고 그저 즐거운 산행이었다.
11시 넘어 도착한 지리산 아래는 무지 더웠다.
위에서 내려온 엄청난 습도와 잿빛 아스팔트가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
위에서 쏟아 붓는 7월의 이글거리는 태양,
여기에 더해 계곡의 물보다 더 많은 인간의 무리들이 내어 밷는 또 다른 열기가 합해져
지리산의 계곡은 한증막이었다.
위로 오르며 기온은 점차 낮아지고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였으나
지리산을 덮은 엄청난 운무는 높은 습도를 유지케 해
(세석에서 알려준 이날 지리산의 습도는 99.8%)
흐르는 땀이 몸만 적시는 것이 아니라 산행로까지 적셨다.
고도가 높아지며
마고할미는 지리산에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오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다.
카메라를 끄집어내면 비가 오고
집어넣으면 그쳤다.
조금은 이른 시간에 세석에 도착했다.
세석의 밤은 아름다웠다.
낮의 그 두터운 구름과 운무는 사라져 버렸고
드문드문 줄을 이룬 하얀 구름만이 세석의 검은 상공을 떠돌고 있었다.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하늘에서는 은빛의 별빛이 쏟아져 내려
검은 세석을 밝혀주고 있었고,
유월 초여드레의 반달은 세석의 차가운 공기가 추운 듯 영신봉을 넘고 있었다.
늦은 밤,
술 취한 아낙네들의 찢어지는 듯한 웃음소리만 아니었다면
밤이 더 아름다운 세석의 평전을 찢어버린
그 아낙네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만 아니었다면 지리산의 밤은 더 아름다웠을 것인데.....
사람이 저마다 다르다지만 7월 30일 밤 세석의 사람은
모두 다 너무 달랐다.
미리 양해를 구하기는 했지만
옆의 젊은 친구가 그렇게 코를 심하게 고는 줄은 몰랐다.
잠을 자다가 높이 온 덕분에 하늘로 가는 줄 알고 걱정을 했을 정도이다.
덕분에 세석의 밤을, 아름다운 세석의 밤을 오랫동안 구경하는 호사를 누렸다.
새벽에 다시 잠자리에 들었으나
옆의 젊은 친구 덕분에 다시 잠을 잘 수 없었다.
두꺼운 옷에 후드까지 뒤집어 쓰고는 덥다고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더우면 옷을 벗으면 된다고 했으나
옷을 벗으면 추워서 감기 걸린다고 벗을 수 없다고 했다.
누군가 세석은 여름에도 추우니 옷을 두껍게 입어야 된다고 일러준 모양이었다.
참으로 답답한 젊은이였다.
한 시간여를 뒤척이다 일어나 세석을 나섰다.
비 예보 때문에 백무동으로의 빠른 하산을 생각했으나
올려다 본 하늘이 금방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천왕봉을 들르기로 했다.
그럼, 산구경은 뭐니 뭐니 해도 정상 구경인데.
하물며 지리산이겠는가.
어둠의 연하봉을 빠른 걸음으로 지났다.
아침을 머금은 제석은 아름다웠다.
6시 전후 천왕봉에 도착했다.
불어오는 남풍이 시원하다기 보다는 추웠다.
천왕봉을 하산하자 마고할미는 다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로터리대피소에 이르자 하늘이 비를 멈추었다.
사방이 운무로 꽉 막힌 것은 어쩔 수 없었으나
우선 비가 오지 않는 다는 것만으로도 마고할미께 감사를 드렸다.
대피소에서 라면하나로 아침을 대신했다.
다른 것이 있었으나 상해서 버렸다.
처음으로 순두류로 하산했다.
옛날보다 길은 좋았다.
순두류에 도착하자 지리산은 또다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9시 46분에 중산리에 도착, 9시 50분 차를 타고 원지로 나왔다.
원지에서 11시 20분 서울 남부터미널행 버스에 몸을 싣는 것으로
이번 지리산 산행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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