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산행및여행

2021년 6월 13일(일) 무박 지리산 산행

제석봉 2021. 6. 14. 09:26

1여년 만에 다시 지리산을 갔다.

오랜만에 중산리에서 올랐는데, 중산리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편리해 지는 건 좋은데

산이 점점 인간을 닮아가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넓직하고 편안한 차를 타고 간 덕분인지

몸이 너무 쉽게 산에 붙었다.

하지만 거리 계산과 먹는 것 준비에 실수가 있어

힘든산행이었다.

 

신새벽 3시 30분에 입산해 14시 40여분에 하산했는데,

오전 9시 20분 세석에 도착해 싸가지고 간 주먹밥 한 덩이와

물을 끓여 부은 컵라면 하나로 하루를 버텼다.

도상 거리 23km정도였는데, 워치 GPS에 나타난 거리는 무려 34km였다.

발걸음도 52,000보였다.

발걸음이야 처음 중산리 오르며 짧게 디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세석과 거림계곡의 철쭉은 비록 꽃은 지고 없어도

나무만으로 환상의 세계였다.

하지만 남부능선에서 거리계산에 실수를 했다.

남부능선 초반 너무 여유를 부린게 결국 화를 불렀다.

의신마을 갈림길을 지나며 거리계산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기에 산죽이 막고 있는 길을 힘들게 빠른 속도로 걸었다.

누가 삼신봉을 멀리 옮겨 놓은 줄 알았다.

산죽이 허리 높이 이상으로 자라

손수건 든 손을 벌 서듯이 위로 올리고 걸어야 했다.

 

원래 남부능선은 조망미이지 능선자체는 크게 볼것이 없다.

물론 지리산이니 아무리 볼 것이 없더라도 충분히 갈 이유는 있다.

하지만 이날은 운무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주능선 조망은 커녕 바로 건너편 산조차 보이지 않았다.

남부능선 중간쯤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뭐가 보여야 산을 보지. 도대체 마고할미는 왜 이렇게 심술을 부리시는 거야'라고 하는 순간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다시 '아이고 신령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다닐 수 있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 또 감사합니다.'라고 빌었다.

정말 내 말을 지리산 신령님인 마고할미께서 들으신 걸까, 비가 멈추었다.

전설은 이렇게 해서 생기나 보다.

 

중산리 오르며 사방이 운무로 꽉막혔으나

해가 오르면 걷히겠지 했는데, 거의 삼신봉까지 따라다녔다.

처음 세석을 거닐때는 마고할미의 아침 단장이 길어지는 줄 알았다.

오랜만에 지리산 최고봉을 왔다고 마고할미께서 화가 나셨나 보다.

 

먹을 건 없고, 찬물에 탄 커피만 남아있어

계속 커피만 마셨더니 속이 이상했다.

그래도 지리산, 저래도 지리산, 이래도 지리산.

아무리 고생을 해도 지리산은 영원한 지리산이다.

이제 자주 가지는 못하더라도 마고할미께서 예쁘게 봐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12일 23시 10분 서울 시청역 출발(안내산악회-28인승 버스)

13일 03: 32분 중산리탐방소 출발-07:00천왕봉 도착(손이 시려워 빨리 하산)-09:20세석대피소 도착

(아침겸 점심 식사-이날 유일하게 먹은 곡기)-13:45남부능선 끝자락인 삼신봉 도착

-14:35지리산 청학동 도착 산행 종료-08:05서울 시청도착

신새벽 03:37분에 여기를 들어감으로 해서 지리산 산행 시작
로터리대피소 바로 앞 헬기장에서 올려다 본 지리산 천왕봉의 웅자.
아기자기한 써리봉이 아침을 준비하는 모습. 이때까지만 해도 운무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볼만함. 지리산이 저정도의 운무도 없는날은 드무니까.
법계사 일주문 언젠가 태풍에 찬재된 것을 다시 이루어 놓음
개선문. 왜 개선문이 되었을까요. 분명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쭉 개천문이라 불렸는데. 40여년전 지리산을 갔을때도 개천문이었고.....
목구멍이 얼어 붙는 듯 시원한 천왕샘
천왕봉 오르는 마지막 계단. 운무가 많이 왔습니다.
좀 머물며 사진도 찍고 할려 했는데, 아가씨들인지 아줌마들인지 마치 천왕봉 표지판을 전세라도 낸듯이 사방 둘러가며 안고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잠시 떨어진 사이 앞 뒤 사진을 찍고, 손도 시럽고 하여 빨리 내려왔습니다.
천왕봉은 하늘을 받치는 기둥입니다.
아름다운 주목

 

통천문.
내가 지리산에 제일 좋아하는 제석평전
저 어린 주목들도 잎이 마른 부분이 있어 마음이 아프더군요. 겨울에 눈이 적게 와서 그렇다고 하던데.....
장터목대피소
연하선경
연하선경. 7월말 8월 초 였으면 야생화가 아름다웠을 텐데 아직은 싱그런 녹색만 있습니다.
아름다운 연하선경
야생화 천국인 곳인데 계절이 너무 이릅니다.
촛대봉에서 내려다 본 세석평전. 뒤의 영신봉은 운무에 머리를 감추었습니다.
주목의 열매
세석대피소
세석대피소에서 올려다 본 세석평전. 뒤로 빼꼼히 촛대봉이 보입니다. 잠시 운무가 걷혀 밥을 먹다가 급히 찍었습니다.

 

거림과 남부능선의 갈림길
남부능선에 있는 지리산 알자리
음양수
음양수입니다. 바위틈이 아니고 그냥 바위에서 물이 나옵니다.
남부능선 석문
잠시 마고할미께서 운무를 걷어 주셔서 걸어온 남부능선을 담았습니다.
하동 화계방향입니다. 저멀리 운무에 싸여 흐릿하게 보이는 부분이 지리산 주능선 반야봉입니다.
삼신봉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봤습니다.
삼신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인데 운무가 다삼켜. 흐릿하게 보이는 왼쪽 높은 봉우리가 반야봉. 왼쪽 맨끝이 노고단인데 거의 안보입니다. 지나온 남부능선은 그래도 보입니다.
삼신봉에서 바라본 남부능선
뒷면은 한자를 모를까봐 이렇게 한글로 새겨 놓았습니다. 너무 과한 친절인 듯. 이 표지석이 없어도 다 삼신봉인 줄 아는데.
삼신봉아래 청학동과 쌍계사 갈림길. 지리산 10경 중 하나인 불일폭포를 볼려면 쌍계사 쪽으로 가야하는데, 너무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