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여년 만에 다시 지리산을 갔다.
오랜만에 중산리에서 올랐는데, 중산리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편리해 지는 건 좋은데
산이 점점 인간을 닮아가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넓직하고 편안한 차를 타고 간 덕분인지
몸이 너무 쉽게 산에 붙었다.
하지만 거리 계산과 먹는 것 준비에 실수가 있어
힘든산행이었다.
신새벽 3시 30분에 입산해 14시 40여분에 하산했는데,
오전 9시 20분 세석에 도착해 싸가지고 간 주먹밥 한 덩이와
물을 끓여 부은 컵라면 하나로 하루를 버텼다.
도상 거리 23km정도였는데, 워치 GPS에 나타난 거리는 무려 34km였다.
발걸음도 52,000보였다.
발걸음이야 처음 중산리 오르며 짧게 디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세석과 거림계곡의 철쭉은 비록 꽃은 지고 없어도
나무만으로 환상의 세계였다.
하지만 남부능선에서 거리계산에 실수를 했다.
남부능선 초반 너무 여유를 부린게 결국 화를 불렀다.
의신마을 갈림길을 지나며 거리계산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기에 산죽이 막고 있는 길을 힘들게 빠른 속도로 걸었다.
누가 삼신봉을 멀리 옮겨 놓은 줄 알았다.
산죽이 허리 높이 이상으로 자라
손수건 든 손을 벌 서듯이 위로 올리고 걸어야 했다.
원래 남부능선은 조망미이지 능선자체는 크게 볼것이 없다.
물론 지리산이니 아무리 볼 것이 없더라도 충분히 갈 이유는 있다.
하지만 이날은 운무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주능선 조망은 커녕 바로 건너편 산조차 보이지 않았다.
남부능선 중간쯤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뭐가 보여야 산을 보지. 도대체 마고할미는 왜 이렇게 심술을 부리시는 거야'라고 하는 순간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다시 '아이고 신령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다닐 수 있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 또 감사합니다.'라고 빌었다.
정말 내 말을 지리산 신령님인 마고할미께서 들으신 걸까, 비가 멈추었다.
전설은 이렇게 해서 생기나 보다.
중산리 오르며 사방이 운무로 꽉막혔으나
해가 오르면 걷히겠지 했는데, 거의 삼신봉까지 따라다녔다.
처음 세석을 거닐때는 마고할미의 아침 단장이 길어지는 줄 알았다.
오랜만에 지리산 최고봉을 왔다고 마고할미께서 화가 나셨나 보다.
먹을 건 없고, 찬물에 탄 커피만 남아있어
계속 커피만 마셨더니 속이 이상했다.
그래도 지리산, 저래도 지리산, 이래도 지리산.
아무리 고생을 해도 지리산은 영원한 지리산이다.
이제 자주 가지는 못하더라도 마고할미께서 예쁘게 봐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12일 23시 10분 서울 시청역 출발(안내산악회-28인승 버스)
13일 03: 32분 중산리탐방소 출발-07:00천왕봉 도착(손이 시려워 빨리 하산)-09:20세석대피소 도착
(아침겸 점심 식사-이날 유일하게 먹은 곡기)-13:45남부능선 끝자락인 삼신봉 도착
-14:35지리산 청학동 도착 산행 종료-08:05서울 시청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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