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橫看成嶺側成峰
遠近高低各不同
不識智異眞面目
只綠身在此山中」
‘비스듬히 보면 고개요 곁에서 보면 봉우리리라.
원근 고저에 따라 경치가 제각각일세.
지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는 건
내가 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지.‘
정말 아름다운 시이다.
물론 이 한시를 내가 지었을리는 만무하다.
한자를 몇 자 알기는 하지만 문장을 이룸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하물며 시를 지음에야 이르겠는가.
내가 이시를 처음 접했을 때,
문득 지리산이 떠올랐다.
아마 蘇軾이 지리산을 보았다면 이처럼 아름다운
칠언절구를 노래했을 것이다.
이 시는 송대의 명문장가 蘇軾의
‘題西林壁(서림사의 벽에 쓰다)’의 칠언절구 한시이다.
소식이 지리산을 알 리 없으니
당연히 지리산을 이 시에 담았을 리는 만무하다.
단지 산을 노래한 너무 아름다운 시라 내가 산이름만 바꿨다.
廬山을 智異山으로...
내가 여산을 보지 못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하지만
지리산만 하겠는가.
나는 산을
그냥 산, 아름다운 산, 웅장한 산, 명산으로 구분하며 다닌다.
그냥 산,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모든 산.
아름다운 산, 보통 바위로 이루어진 악산들을 말한다.
보기에 눈이 즐거운 산, 감탄사가 나오는 산,
금강산, 설악산, 중국의 화산, 계림등 수많은 산이 있겠지.
웅장한 산, 커다기 보다는 거대한 산, 바라보는 인간을 압도하는 큰 산,
히말라야의 거대한 산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도 여기에 속하겠지.
서산대사는
지리산은 웅장하되 빼어나지 않다고 했지.
하지만
지리산은 누가 뭐라해도 명산이다.
명산은, 내가 정한 명산의 기준은
산이니 당연히 산이어야 하고,
물이 있어야 하고, 중생이 있어야 하고, 신이 있어야 한다.
산 혼자 아름답다고, 산 혼자 웅장하다고, 산 혼자 빼어나다고 명산은 아니다.
지리산에는
웅장함을 자랑하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있고,
수많은 계곡으로 맑은 물이 흐르고,
수많은 능선이 있다.
그 수많은 계곡과 능선의 끝자락으로 인간이 살고 있고,
수많은 봉우리마다 신이 살고 있고,
거대한 산 곳곳마다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고,
계곡 안쪽으로는 부처가 살고 있다.
서로가 단 한 번의 배척도 없이
지리산을 닮아 조화롭게 살고 있는 산,
가난에 주린배를 안고 찾아가도 말없이 품어 배고픔을 달래 주는 산,
지체 높아 팔자걸음으로 찾아가도 고개숙여 맞지 않고 두발로 걸어가야 하는 산,
이념에 미쳐 숨어들어가도 묵묵히 반기는 산,
이념에 진절머리 쳐 찾아가도 말없이 반기는 산,
지리산은 거기에 있어 지리산이 되었고,
지리산이 되었기에 오늘도 말없이 거기에 서있다.
지리산이 거기에 있기에
나는 세파에 지친 몸을 쉬러 또 지리산을 간다.
풍파에 쪼그라든 나를 지리산은 말없이 품어주고,
더위에 지친 나를 시원한 바람으로 맞아주고,
갈증에 타는 나를 얼음같이 차가운 맑은 샘물로 가슴을 적셔준다.
지리산이 거기 있어 나는 또 지리산을 간다.
<4352년 칠월 초닷세 須彌齋에서 書>
산행로 : 백무동-하동바위-참샘-장터목-천왕봉-장터목-
세석평전-벽소령-연하천대피소(1박)-삼도봉-노루목-임걸령
노고단-무너미 고개-화엄사
(GPS기록. 첫 날-46,573보, 약 30.34km. 둘 째 날-34,789보, 약 26.8km)
이 사진은 7월 6일 성삼재에서 올려단 본 노고단과 반야봉
2일 새벽 3시 55분 백무동탐방소를 출발 긴 여정의 지리산 산행을 시작합니다.
그래도 가야 합니다. 힘이 들어도 가야 지리산을 볼 수 있으니까요.
아침이 밝아 옵니다.
소지봉에서 본 연하선경. 중산리계곡에서 넘어온 구름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장터목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의 아침
하늘기둥인 천왕봉
마야계곡 방향의 운무. 아름답습니다.
천하를 발아래
제석에서 바라본 운무. 멀리 보이는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운무입니다.
8월 초순의 지리산은 야생화 천국. 아름다운 야생화 덕분에 피곤함을 느낄 겨를조차 없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석봉의 구상나무와 고사목 그리고 부드러운 풀
연하선경 위로 중산리계곡의 운무가 춤을 추며 올라옵니다.
촛대봉에서 내려다 본 세석평전과 대피소. 소나기가 올 것 같았는데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일월비비추
'개인산행및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19년 8월 25일(일요일) 도봉산 산행 (0) | 2019.08.29 |
|---|---|
| 2019년 8월 17일(토요일) 도봉산 산행 (0) | 2019.08.19 |
| 2019년 8월 1일(목)~3일(금) 지리산 산행(2) (0) | 2019.08.05 |
| 2019년 6월 30일(일요일) 도봉산 산행 (0) | 2019.07.02 |
| 2019년 6월 22일(토) 김천 직지사 방문 (0) | 2019.06.23 |